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얼마나 잘하나요? 어떤 일을 세계에서, 혹은 한국에서, 혹은 내가 속한 집단에서라도 쭉 1등을 하는 것은 어려워요. 아니 불가능해요. 얼마간 그렇게 한다고 해도, 발전하고 성장할수록 더 발전되고 성장한 사람들을 만나기 마련이죠.
저는 제가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당연히 연구자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구를 하면 할수록 이마저도 잘 하지 못한다는 절망에 빠져들었죠. 혹자는 "그래도 대다수의 사람들보다는 공부를 잘했잖아"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제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보다 못한적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공부를 잘하니 그것밖에는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공부는 저에게 '잘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익숙하고 안전히 일이었어요. 부모님이 그렇게 사시는걸 봤기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해온 일이었고,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 성과였고, 그 일로 크게 실패하거나 상처 받은적이 없었으니까요.
보통 '잘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익숙하고 안전하고, 이전에 돈을 벌어 봤거나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은 일이에요. 큰 실패가 없었고, 그 일로 누군가에게 어떤 형태로든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잘한다'고 착각하는거죠.
예를 들어서, 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해서 디자이너로 회사를 다녔으면 디자인을 '잘한다'고 생각하죠. 디자인으로 세계 1등을 하는 것도, 원하는 삶을 사는 것도, 행복한 것도 아닌데 그저 '잘한다'는 이유로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그 일로 돈을 벌고 있고 주변 사람 몇몇에게 '인정'을 받고 있으니까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건 동화 속 이야기라고 치부하고 역시 잘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정말 그 일을 잘하는 게 맞는건가요?
그 일을 해야만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것이 거창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잘하는 일'로 돈을 버는 것은 거창했나요? 눈에 띄게 엄청나게 1등으로 잘해야 돈을 벌었나요?
'잘하는 일' 그러니까, 적당히 익숙하고 적당히 안전하고 또 적당히 잘하는 일로 적당히 돈을 벌 수 있었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로도 당연히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요?
'잘하는 일'로는 적당히 살아도 되는데, '좋아하는 일'로는 엄청난 부자가 되어야 하고, 세상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하니 접근 자체가 어려운게 아닐까요?
분명한건,
'잘하는 일'은 한계가 있지만, '좋아하는 일'은 한계가 없다는거에요. '잘하는 일'은 연료가 금새 떨어져요. 무엇인가 '잘한다'고 느끼는 것은 타인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인데 - 그게 칭찬이든, 돈이든, 합격증이든, 직책이든 - 인간은 그렇게 수동적인 존재가 못 되거든요. 더구나 큰 흥미 없이, 안전하고 익숙하고 돈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하고 있다면 지속성이 떨어지고 과거에는 잘했던 일도 점점 못하게 되죠. 어떤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님의 자원을 끊임없이 투자하게끔 하는 연료가 필요하고, 그 일을 좋아하는 마음은 강력한 연료가 되어줘요.
결국, 정말 좋아하면, 정말 잘할 수 있어요.
그저 그렇게 돈을 벌기 위해서 잘하는 게 아니라, 내가 만족하고 상대가 가치를 느낄만큼 잘 할 수 있게 되요.
어쩌면,
'잘하는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님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건 아닐까요? 님이 정말 잘하는 일은 아직 찾지 못한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