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꼼짝달싹 없이 '갇혔다'는 기분을 느끼실 때 있으시죠? 특히나, 아이와 가족이 있으니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더 없죠. 그래서 오늘은 저만의 '인정법'에 대해서 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 맘미언니의 5단계 인정법
1단계.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만 생각하고, 내가 처한 상황을 인정한다
2단계. '꿀팁' '~법'으로는 여기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3단계. '1주일' '30일' '한번'에 삶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4단계. 나에게 맞는 방식과, 원하는 방향은 '나'만 안다는 것을 인정한다.
5단계. 1발자씩 앞으로 나아가며 '나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님이 길이 안 보이는 깜깜한 터널에 갇혔다고 상상해봐요.
사방이 어둡고 잘 안 보여요. 우리의 삶도 이렇게 느껴질 때가 많죠. 이런 상황이 오면 아주 많은 시간을 '내가 왜 터널에 갇히게 되었을까?'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요.
- 왜 결혼을 일찍 했을까?
- 왜 이 남자를 만났을까?
- 왜 애를 둘이나 낳았을까?
- 왜 애를 지금 낳았을까?
- 왜 내 애는 다른 애들과 다를까?
- 왜 그떄 직장을 관뒀을까?
- 왜 그떄 직장을 관두지 못했을까?
- 왜 그때 주식을 안 했을까? 집을 안 샀을까? 부업을 안했을까? 인스타를 안 했을까? 유튜브를 안 했을까?
-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꼬였을까?
꼬리를 무는 이 생각들은 나를 잠식하고 깜깜한 터널 속을 더 깜깜하게 만들죠. 어둠 속에서 한발작 움직이지 않은채 과거 나의 행동, 남의 행동, 상황, 주변을 생각하고 상상하고 이야기를 지어내요.
그만!
그런 생각들을 끄세요.
왜 어쩌다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왜 어쩌다 내가 엄마가 되어서 내 팔자를 이렇게 꼬았는지, 왜 어쩌다가 이런 남편을 만나서 이렇게 불행한지, 왜 어쩌다가 잘나가는 직장을 관둬서 이렇게 무시를 당하는지 수만 가지 이야기를 지어낸다고 해도 터널 밖으로는 못나가요.
이 터널에서 나올 수 있는 첫번째 단계는 내가 처해진 이 상황을 완전히 오롯이 100% '인정'하는 거예요. 어쩌면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몰라요.
'엄마 이전의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들을 많이 봐요. 엄마 이전의 직장 생활, 엄마 이전의 몸, 엄마 이전의 삶, 엄마 이전의 즐거움, 엄마 이전의 급여. 그러다가 '엄마라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아다'며 상황이나 주변을 탓하기 시작하죠. 엄마를 뒷받침해주지 않는 사회 구조를 탓하고, 아이를 봐주지 않는 남편을 탓하죠. 그래서 계속 불행해져요. 나는 엄마가 되었고, 그건 이제 바꿀 수 없어요. 나는 이런 나라에서, 이런 남자와 결혼했고 그것 또한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니, 엄마로서의 직장생활, 엄마로서의 몸, 엄마로사의 삶, 엄마로서의 즐거움, 엄마로서의 급여를 얻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수 밖에는 없어요.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인정해야,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과거로 회귀하려고 온갖 발버둥을 쳐도 뒤로 돌아서면 막힌 길이에요.
우리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의 '오늘'을 미래의 내가 돌아온 과거라고 생각하는거죠. 지금의 현재는 미래의 내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은 과거에요.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조급해지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거나, '남에게 나를 증명'하고자 하는 행동들로 이어져요. 빠르고, 쉽게 30일 안에, 일주일 안에, 6개월 안에 '꿀팁'이나 '~법'에 심취하게 되죠. 그리고 한번의 방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 때문에 모든 행동에 엄청난 힘이 들어가요.
터널의 끝에서 누군가가 구조 밧줄을 던져주는데 그 사람도 어둠 속 우리가 보이지 않으니 아무렇게나 밧줄을 던지고, 우리도 앞이 보이지 않고 어떤 밧줄이 진짜인지도 모르니 아무렇게나 손을 뻗게되요. 손을 허우적대며 계속 넘어지고 부딪치고 진흙탕에 빠지게 되겠죠. 지금 당장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엄청난 힘을 실어 절실하게 밧줄을 잡으려고 뻗은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더 심하게 넘어질거에요. 겨우 잡은 밧줄이 중간에 끊어져서 또 다시 길을 잃게 되기도 할테죠. 그런데 내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차근히 온 길이 아니라서, 밧줄이 끊어진 그 곳이 어딘지조차 알기 어려워요. 밧줄을 잡기 전보다 더 깜깜한 곳에 갇히기도 하고, 수많은 구덩이가 있는 곳인데 허겁지겁 밧줄을 잡고 오느라 어디에 구덩이가 있는지조차 모르죠.
- 왜 내가 그 밧줄을 잡았을까?
- 역시 그 사람은 사기꾼이야...
- 나는 정말 안 되나봐...
그러면 또 다시, 무기력증을 겪게 되죠. 혹시 님도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는건 아닌가요?
우리, 이제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잖아요. 내가 가진 귀하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 중에, 빠르고, 쉽게, 남이 가르쳐준 방법대로 30일 안에 얻어진 것이 있던가요?
나에게 귀하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들은 나에게 맞는 방식과 원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긴 여정 끝에 얻은 것들일거에요.
이 세상에 '나'에게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 중에 남이 가르쳐준 방법을 '그대로 똑같이 따라해서' 특정 시간내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도 없어요.
남이 알려주는 팁이나, 그들의 인생 지혜가 도움이 안 된다는게 아니에요. 하지만 남이 던져주는 밧줄이 유용하려면, 지금 나에게 어떤 밧줄이 필요하고, 그 밧줄을 잡을 때 얼마만큼의 힘을 써야하고, 어느 방향에 있는 밧줄을 잡아야하는지 알아야 해요. 밧줄을 잡고 걸으면서도 앞에 어떤 구덩이가 있고, 어떤 함정이 있는지 살펴야 하고 중간에 밧줄이 끊어진다고 해도 내가 얼만큼 앞으로 나아갔는지, 내가 어디 쯤인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해요.
님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싶은지를 알고, 오롯이 나의 노력으로만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하는거죠.
모든 터널에는 끝이 있어요. 끝이 없는 터널은 단 한개도 없어요. 그러니 누구든 나올 수 있어요.
깜깜한 터널을 나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죠.
터널 속은 깜깜해서 그 누구도 구조해주지 못해요. 다른 사람들도 모두 본인의 터널에서 고군분투하느라 바쁘거든요. 터널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햇볕을 즐기느라 다시 어둠 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언젠가 또 본인만의 터널에 갇히게 되는 날이 올테니까요. 그 터널은 오롯이 나의 것이고, 터널 속에 있는 나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죠. 아무리 깜깜한 터널이라도 한발작은 더듬더듬 내딛을 수 있으니까요.
깜깜한 그 터널이 영원히 칠흑 같지는 않을거에요. 터널의 끝으로 걸어 나갈 수록 조금씩 빛이 새어 들어올거고, 1발작씩 겨우 내딛던 발거음이 2-3발자국으로, 또 긴 산책으로 바뀌는 날이 올거에요. 그리고 터널 속에서 걸었던 그 모든 시간이 추억이자 나만의 노하우가 되는 날이 오겠죠.
그러니까 우리 걸어요.
한발자국씩 천천히.
☑️ 맘미언니의 5단계 인정법
1단계.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만 생각하고, 내가 처한 상황을 인정한다
2단계. '꿀팁' '~법'으로는 여기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3단계. '1주일' '30일' '한번'에 삶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4단계. 나에게 맞는 방식과, 원하는 방향은 '나'만 안다는 것을 인정한다.
5단계. 1발자씩 앞으로 나아가며 '나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저는 10년 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하고 싶어요. 10년 후의 나에게는 오늘이 과거일테니, 그때의 내가 돌아가서 '고치고 '싶은 현재를 살지 않을거에요. 내가 원하는 방식과 방향으로 한발자국씩 내딛다보면 내가 원하는 터널의 끝에 닿아 있을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천천히 걸을거에요. |